포핸즈가 좋았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이에요. 조연 캐릭터들까지도 각자의 후회와 사각지대를 가진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거든요. 누가 어떤 역할인지, 전에 어디서 봤을지, 그리고 배우별로 제 솔직한 연기 후기를 정리해봤어요.
송강, 강비오 역
비오는 완벽주의자예요. 수년간의 지독한 연습, 엄격한 엄마, 그리고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할아버지가 만든 피아노 천재죠.
송강은 출연작 대부분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돼서 ‘넷플릭스의 아들’로 불려요. 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홈, 마이 데몬 같은 작품들이요. 그런데 이런 장르는 처음이에요. 로맨스나 스위트홈 같은 장르 밖에서는 처음 보는 모습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자연스러웠어요. 대사 발음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요.
제일 마음을 울린 건 피아노 연주 장면들이었어요. 특히 5화 프라하 국제 콩쿠르 결선에서 손가락에서 흐른 피가 건반을 물들이는데도 끝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는 장면이요. 그리고 이건 꼭 말하고 싶어요, 송강이 이렇게 잘생겨 보인 적이 없었어요.
이준영, 최정요 역
정요는 타고난 천재예요. 가난한 집에서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누가 가르쳐준 적 없는 재능을 가졌어요.
솔직히 이 드라마 전에는 이준영 배우를 잘 몰랐어요. 래퍼이자 가수이기도 하고, 폭싹 속았수다, 모럴센스, 멜로무비 같은 작품에도 출연했더라고요. 드라마가 끝날 즈음엔 팬이 됐어요. 연기도 잘하고 송강과의 호흡도 정말 좋았어요.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정요의 인간미와 긍정적인 면을 끝까지 지켜낸 거예요. 어떤 일이 있어도 진정성을 잃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를 정말 잘 살렸어요.
장규리, 홍재인 역
재인은 음감이 뛰어난 비올라 전공생이에요. 정요의 연주를 처음 알아보고 학교로 이끈 사람이고, 어릴 때부터 비오를 좋아해왔어요. 장규리 배우는 치얼업이나 플레이어2에서 보셨을 수도 있어요.
훌륭한 서포트 역할이었고,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브로맨스를 더 빛나게 해준 캐릭터예요. 그래도 저는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어요. 재인의 삶은 내내 두 남자를 중심으로만 돌아가는데, 비오는 끝내 그 마음에 답해주지 않거든요.
윤세아, 강지혜 역 (비오 엄마)
비오 엄마는 집착이 강하고, 통제적이고, 아들의 우승에 목을 매는 사람이에요. 저는 이 캐릭터가 좋으면서도 안쓰러웠어요. 윤세아 배우는 아들을 너무 사랑하는 엄마이면서, 동시에 자기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딸을 연기해요. 그 두 번째 층 덕분에 단순한 악역으로 끝나지 않아요.
정진영, 강승운 역 (비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가족 전체를 지배하는 음악과 예술에 대한 철학을 가진 전설적인 인물인데, 그 철학에는 대가가 따라요. 평생 대부분을 불행하고 괴롭게 살아왔다는 게 느껴져요. 딸을 여전히 깊이 아끼면서도 비오의 존재와 연주를 부정해야 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 정도였어요. 베테랑 배우 정진영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 좋은 의미의 무게를 더해요.
김주헌, 도현수 역 (선생님)
도현수는 모든 학생이 꿈꾸는 스승이에요. 정요의 천재성을 일찍 알아보고, 비오의 한계를 알면서도 끝까지 지지해주고, 비오 엄마에게 마음이 있어요. 김주헌 배우가 진심으로 따뜻한 사람으로 연기해서, 폭풍 같은 드라마 속에서 조용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어요.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할아버지의 마지막 장면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어요. 세상을 떠나기 전, 할아버지는 비오에게 손자의 가능성을 가둔 게 바로 자기였다고 사과해요. 그리고 정요에게는 자신이 키운 철없는 딸을 대신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요. 그러고는 비오에게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연주해달라고, 그리고 잠깐 음악과 함께 혼자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요. 비오가 방을 나서고, 할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요. 조용하지만 너무 먹먹한, 이 드라마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