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들쥐’가 8월 28일에 공개됐는데, 딱 제가 남아공 여행을 떠나던 때라 타이밍이 완벽했어요. 류준열 배우 새 작품을 본 지 꽤 된 것 같기도 했고, 예고편 분위기가 제 취향 그대로였거든요. 스릴러에 사이코틱하고 꼬여 있는데,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기분이 가라앉을 만큼 무겁지는 않은 느낌이요. 결국 긴 비행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봤는데, 비행기에서 보기에 정말 딱 좋은 작품이었어요.
콘텐츠 안내: ‘들쥐’에는 신분 도용, 폭력, 자살, 그리고 불편할 수 있는 심리적 장면이 나와요. 한국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 미국 넷플릭스에서는 TV-MA 등급이에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제문재(류준열)는 3년 가까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잘나가는 소설가예요. 어느 날 은행 앱에 지문 인식이 안 되면서 모든 게 순식간에 무너져요. 집은 이미 팔려 있고, 누군가 문재로 살고 있고, 사채업자 노자(설경구)는 돈을 내놓으라며 그를 쫓아요. 그리고 골목에서 자기와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를 마주하게 돼요.
이 작품은 “쥐가 사람의 손톱을 먹으면 그 사람으로 변한다”는 옛 설화에서 출발해요. 문재는 마지못해 노자와 손을 잡고 ‘들쥐’를 찾아 자신이 진짜 문재라는 걸 증명하려 하고, 박순용 형사(이규형)는 계속 문재를 가리키는 사건을 쫓아요. 연출은 김홍선 감독, 극본은 이재곤 작가가 맡았고, 루드비코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에요. 회당 약 50~65분, 총 10부작이 넷플릭스에 전편 공개돼 있어요.
류준열, 두 번
‘들쥐’는 류준열 배우의 첫 1인 2역인데, 솔직히 이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는 류준열 배우예요. 불안하고 위태로운 문재와 차분하고 차가운 가짜를 동시에 연기하는데, 두 인물을 오가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어요. 보다가 진심으로 ‘이 배우 혹시 진짜 사이코 아니야?’ 싶었을 정도예요. 물론 최고의 칭찬이에요. 인터뷰에서 촬영 중 하루에 서너 번씩 문재와 들쥐 분장을 오갔다고 하던데, 그걸 알고 나니 두 인물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게 더 대단하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장면들
초반에 저를 확 끌어들인 장면은 은행 계정이 막힌 직후, 문재가 유일한 친구이자 휴대폰과 돈 관리까지 맡겨 온 회계사 손수현(무진성)과 집에서 마주 앉는 장면이에요. 수현이 “금방 나가게 해줄게”라고 말하는데, 문재에게 꼭 필요한 위로처럼 들려요. 그런데 나중에 이 말이 전혀 다른 뜻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이 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계속 생각나는 또 하나는 문재가 수현을 찾아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타나서, 자기가 누군지 증명하려고 소리치며 소란을 피우는 장면이에요. 아무도 그를 믿어 주지 않아요. 한 동창이 지난주에 문재랑 술을 마셨다고 하는 순간, 문재가 얼마나 무력한 상황인지 확 와닿더라고요.
그리고 노자 역의 설경구 배우요. 처음엔 자기 돈을 지키려는 사채업자와의 철저한 거래 관계로 시작하는데, 노자가 문재를 도망치게 하려고 자기 몸을 던지는 순간이 있어요. 문재가 진실을 다 말했든 아니든, 그쯤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진짜처럼 느껴지고, 그게 이 작품에 생각보다 큰 온기를 더해 줬어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전개 속도가 정말 좋아요. 10부작이 딱 적당하고, 늘어지지도 않고 반전을 서두르지도 않아요. 꼬인 이야기가 잘 먹히고, 마지막엔 그냥 충격만 주는 게 아니라 시청자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남겨요. 그 이야기는 결말 해석 글에서 자세히 할게요.
딱 하나 아쉬웠던 건 성형 설정이에요. 어떻게 쓰이는지는 스포일러라 말 안 할게요. 다만 이런 장르에서 흔히 쓰는 장치라, 다른 부분은 꽤 영리한 작품인데 이 부분만 쉬운 길을 택한 느낌이었어요. 작품 전체를 망칠 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바꾸고 싶은 딱 한 부분이에요.
반응도 좋았어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한국 일간 시리즈 TOP 10 1위에 올랐고, 비슷한 시기 FlixPatrol 기준 글로벌 8위까지 올랐어요.
볼 만한가요?
네, 반전 있는 심리 스릴러 좋아하시면 특히요. 주말 하루 비워 두고 한 번에 정주행하는 걸 추천해요. 저는 비행 사이사이 끊어 봤는데, 계속 이어서 보고 싶어서 아쉬웠거든요. 배우가 연기 폭을 제대로 보여 주는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께도 딱이에요. 류준열 배우가 작품 전체를 끌고 가요.
수위는 한국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미국 넷플릭스에서 TV-MA 등급이지만, 솔직히 생각보다 폭력적이지 않았어요. 저는 15세 관람가 정도로 느꼈어요. 긴장감 있고 섬뜩하긴 한데, 잔인하기보다는 심리적인 쪽이에요. 가볍고 편한 작품을 찾으신다면 지금은 넘기세요. 주변 친구들을 살짝 의심하게 만드는 작품을 원하신다면 딱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