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세션’은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게 되는 영화예요. 남편이랑 집에서 봤는데, 마지막 20분 동안 둘 다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거든요. 불편하지만 정말 잘 만든 영화고, 그중에서도 결말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결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제가 생각하는 의미는 뭔지, 그리고 커리 바커 감독이 원래 찍었던 완전히 다른 결말까지 정리해 볼게요.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이 글에는 결말이 전부 나와요. 아직 안 보셨다면 스포일러 없는 옵세션 후기부터 보시는 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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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마이클 존스턴)는 카터(앤디 리히터)가 운영하는 작은 악기 가게에서 친구 니키(인디 내버레티), 이안(쿠퍼 톰린슨), 사라(메건 로리스)와 함께 일해요. 베어는 오랫동안 니키를 좋아해 왔어요. 그 마음이 잘 안 풀리자, 부러뜨리면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는 싸구려 장난감 ‘원 위시 윌로’를 사요. 그리고 그걸 부러뜨리며 니키가 누구보다 자기를 사랑하게 해 달라고 빌어요.
소원은 바로 이뤄져요. 니키는 베어 집으로 들어오고, 둘은 사귀기 시작하고, 잠깐은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 소원은 니키가 사람들이 보통 사랑에 빠지는 방식으로 사랑하게 만든 게 아니었어요. 니키의 선택권을 빼앗은 거죠. 그리고 니키의 사랑은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될 때까지 점점 커져요.
사랑이 변해 가는 순간
저한테 영화 전체에서 가장 소름 끼쳤던 장면 중 하나는 니키가 잠든 베어를 지켜보는 장면이에요. 그냥 가만히 바라보는데, 베어가 자기만큼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니키가 서서히 무너지는 게 보여요. 조용하고 깜짝 놀래키는 장면도 없는데, 나중에 나오는 잔인한 장면들보다 오히려 더 무서웠어요.
그 뒤로는 빠르게 어두워져요. 니키는 베어를 가두고, 자기 자신과 베어에게 보기 힘든 짓들을 하고,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로 베어의 고양이의 죽음까지 니키의 뒤틀린 애정의 일부가 돼요. 이 모든 게 더 불편한 이유는 진짜 니키가 여전히 그 안에 있다는 거예요. 정신이 돌아온 순간마다 니키는 베어에게 차라리 자기를 죽여서 끝내 달라고 애원하는데, 베어는 거절해요.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베어가 끝까지 그러지 않은 게 좀 놀라웠어요.
차 안에서의 살인
저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장면은 사라 장면이에요. 사라는 밤늦게 차에 앉아 있는 베어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베어에게 마음이 있다는 게 보여요. 니키는 그걸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사라에게 하는 짓은 정말 잔혹해요. 영화가 소름 돋는 순간이 있는 어두운 사랑 이야기에서 완전한 공포 영화로 바뀌는 순간이에요. 인디 내버레티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보기 힘들 정도예요.
10억 달러짜리 소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반전이에요. 웃기다가 갑자기 웃을 수 없게 되거든요. 베어는 소원을 평범한 방법으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남은 원 위시 윌로를 몽땅 사들이지만 자기 손으로는 부러뜨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 번도 소원을 빈 적 없는 이안에게 하나만 써 달라고 애원해요. 이안은 역시 이안답게 10억 달러를 빌고, 천장에서 돈이 비처럼 쏟아져요.
황당한 장면이지만, 베어와 관객 모두에게 소원이 진짜라는 걸 확실히 보여 주는 순간이기도 해요. 그리고 깔끔하게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니키를 조종하는 건 말로 풀 수 있는 저주가 아니고, 이안의 소원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요. 오히려 상황만 더 엉망으로 만들죠.
마지막 장면
결말에서 모든 게 한꺼번에 터져요. 니키는 이안을 죽이고, 총을 들고 베어에게 향해요. 베어는 화장실에 문을 잠그고 남은 약을 전부 삼켜요. 다시 토해 내려고 하지만, 그 전에 니키가 마지막 원 위시 윌로를 부러뜨려요. 니키의 소원에 이끌려 베어는 니키에게 키스하고, 그대로 니키 품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을 거둬요.
니키는 총구를 자기에게 돌리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요. 베어가 죽으면서 소원의 힘이 풀렸거든요. 니키는 완전히 원래의 니키로 돌아오고, 자기가 저질렀지만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참혹한 현장 한가운데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영화는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니키의 모습으로 끝나요.
결말의 의미
제가 보기에 이 결말은 결국 누가 소원을 빌었느냐에 대한 이야기예요. 베어는 노력 없이 사랑받고 싶었고, 그래서 니키의 선택권을 빼앗았어요. 이후의 모든 일은 그 이기적인 결정 하나에서 시작됐고, 결국 그 대가를 치르는 것도 베어예요. 베어가 사라지자 소원은 더 붙잡을 게 없어지고, 니키는 마침내 자유로워져요.
솔직히 니키가 돌아와서 다행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정의가 실현된 느낌이었거든요. 소원을 빈 사람은 그 결과를 받아들였고, 아무 선택권도 없었던 사람은 자기 자신을 되찾았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니키가 일으킨 피해는 너무 컸고, 그게 진짜 니키가 한 일이 아니었다고 해도 영화는 니키가 그냥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척하지 않아요. 자기가 한 모든 일 한가운데서 정신을 차리는 그 순간이, 어쩌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잔인한 부분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제목이 정말 잘 어울려요. ‘옵세션’은 니키의 베어를 향한 집착만이 아니라, 니키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베어의 집착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모든 건 거기서 시작됐으니까요.
원래는 다른 결말이었다
보고 나서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이 있어요. 커리 바커 감독은 원래 니키도 함께 죽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결말을 찍었대요. 그러다 극장판에서는 니키가 살아남는 버전을 택했어요. 저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둘 다 죽었다면 비극적인 연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니키가 살아남으면서, 이 영화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선택권을 빼앗은 이야기, 그리고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이 그 뒤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게 분명해져요.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을까
잘못 빈 소원이라는 아이디어는 100년도 더 된 이야기예요. 대표적인 게 W. W. 제이콥스가 1902년에 쓴 단편 소설 ‘원숭이 손’인데, 저주받은 원숭이 손으로 세 가지 소원을 빈 가족이 모든 소원을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이루게 되는 이야기예요. 교훈은 ‘옵세션’과 같아요. 원하던 걸 정확히 얻는 게 인생 최악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커리 바커 감독은 원숭이 손을 패러디한 1991년 심슨 가족 핼러윈 에피소드에서 부분적으로 영감을 받았다고 했어요. 감독이 바꾼 건 소원의 대상이에요. 돈이나 떠나간 가족이 아니라, 베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겠다는 소원을 빌어요. 그래서 익숙한 우화가 훨씬 불편하고, 훨씬 요즘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현실에 나온 원 위시 윌로
원 위시 윌로가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Focus Features가 이걸 진짜 상품처럼 홍보했기 때문이에요. 영화 속 세계관 그대로 만든 원 위시 윌로 광고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440만 회를 넘겼고, 실제로 판매한 원 위시 윌로 굿즈는 두 번이나 몇 시간 만에 품절됐대요. 영화 속 장난감 고객센터 직원 목소리도 커리 바커 감독이 직접 맡았어요. 영리한 마케팅이고, 이 장난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나면 그 발랄한 브랜딩이 더 소름 끼치게 느껴져요.
속편이 나올까요?
정확히 속편은 아니지만, 원 위시 윌로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커리 바커 감독의 차기작은 가제 ‘Anything But Ghosts’라는 호러 코미디인데, 감독 본인과 쿠퍼 톰린슨이 가짜 유령 사냥꾼 두 명으로 출연해요. 감독이 ‘옵세션’의 소원을 들어주는 버드나무 마법이 다시 등장할 거라고 귀띔했대요. 2027년 5월 개봉이 목표라고 하니, 저처럼 이 영화에 빠지셨다면 다음 작품으로 기다려 볼 만해요.
다시 보고 싶다면
결말을 다시 보고 싶으시다면(용기가 대단하세요), 미국에서는 지금 피콕에서 볼 수 있고, 2026년 11월 17일부터는 넷플릭스로 넘어가요. What’s on Netflix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서 약 10개월 동안 공개된 뒤 다시 피콕으로 돌아간대요. 6월 30일부터 디지털 구매·대여, 7월 14일부터 DVD, 블루레이, 4K로도 나와 있어요. 한국에서는 9월 2일 ‘옵세션’이라는 제목으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극장 개봉했어요. 솔직히 두 번 볼 가치가 있어요. 결말을 알고 나면, 초반 베어와 니키 사이의 작은 순간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거든요.
아쉬웠던 점
아쉬운 점은 후기에서 말한 것과 같아요. 베어가 소원을 빌기 전까지의 초반이 느리고, 소원이 최악의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롭지 않아요. 감독도 원숭이 손이 나오는 심슨 가족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고요. 그래도 결말이 이 영화를 기억에 남게 만들고, 느린 시작을 충분히 만회할 만큼 강렬해요.
보신 분들은 어떤 결말이 더 좋으셨을지 궁금해요. 저는 니키가 살아남는 결말이 계속 남았어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니키를 오래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