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보다가 피아노 공연을 찾아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 딱 그러고 있어요. 포핸즈는 클래식을 그냥 배경음악으로 쓰지 않고, 곡 하나하나가 인물을 설명해줘요. 다 보고 나서 그동안 들었던 곡들이 뭐였는지 하나씩 찾아봤는데, 그때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가이드를 정리해봤어요.
왜 포핸즈일까
포핸즈는 두 사람이 피아노 한 대를 함께 연주하는 걸 말해요. 제가 이게 좋은 이유는 그 하모니 때문이에요. 혼자서는 절대 연주할 수 없는 음악이거든요. 두 사람이 서로를 섬세하게 채워줘야 하고, 치는 만큼 듣는 것도 중요해요. 그게 바로 이 드라마가 그리는 관계예요.
생상스 ‘죽음의 무도’: 두 사람을 이어준 곡
생상스가 1874년에 작곡한 ‘죽음의 무도’는 프랑스 전설을 바탕으로 해요. 핼러윈 자정, 죽음이 묘지에서 바이올린을 켜면 해골들이 새벽까지 춤을 춘다는 이야기예요. 으스스하면서도 장난기 있는 곡이고, 멜로디 안에 일부러 ‘어긋난’ 음정을 넣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요.
드라마에서는 정요와 비오가 피아노 앞에서 처음 진짜로 마음을 나누는 곡이고, 노블레스 콩쿠르에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곡이기도 해요(아래에서 더 이야기할게요). 공식 OST에 포핸즈 피아노 버전과 오케스트라 버전이 둘 다 수록돼 있는데, 둘 다 들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10월에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핼러윈에 듣기 딱 좋은 곡이에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비오의 곡
비오의 대표곡이에요. 1화 오프닝 콩쿠르에서 처음 나오고, 5화 대결 장면에서 다시 등장해요. 웅장하고 극적이고 기술적으로도 엄청 어려운 곡인데, 완벽한 연습으로 만들어진 피아니스트와 정말 잘 어울려요. 초반에 비오가 이 곡을 치는 걸 보면 얼마나 통제된 연주인지 느껴지는데, 그게 바로 포인트예요.
베토벤 ‘비창’: 정요의 상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은 정요의 곡이에요. 1악장은 거칠고 날것 그대로인데, 드라마는 이 곡으로 정요가 가진 것 없이 자라며 품어온 것들을 보여줘요.
모차르트와 바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그리고 바흐 칸타타 BWV 106·147의 포핸즈 편곡 버전도 나와요. BWV 147은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으로 익숙하실 거예요. 조용한 장면들이지만 정말 아름답고, 모두 공식 OST에 수록돼 있어요.
시청자들이 찾아낸 곡들
아래는 팬들이 찾아낸 곡이라 공식 확인된 건 아니에요, 참고만 해주세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과 베토벤 ‘열정’ 소나타(1화, 할아버지 서재), 쇼팽 에튀드 올림다단조, 리스트 ‘위안’ 3번, 바흐 전주곡 다단조(2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4화, 수업 장면).
어디서 들을 수 있나요
공식 ‘포핸즈 OST Classic Collection’에 공식 확인된 클래식 곡들이 다 들어 있어요. 배우들의 연주 장면 대역을 맡은 피아니스트 박주영, 이민성의 연주예요. 합본 OST 앨범에는 가창곡과 오리지널 스코어까지 전부 담겨 있어요.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노블레스 콩쿠르에서 정요가 눈을 가린 채, 비오와 나란히 앉아 포핸즈로 ‘죽음의 무도’를 연주하는 장면이에요. 포핸즈가 두 사람에게 진짜로 요구하는 게 뭔지, 바로 신뢰라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네메시스’가 있어요. 정요가 5년에 걸쳐 완성하고 비오에게 초연을 맡긴 피아노 협주곡이에요. 후반부에 비오가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순간, 드디어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치는 비오를 보게 돼요. 내내 완벽만 좇던 비오를 지켜봐서 그런지, 소름이 돋았어요.
마지막 회에는 또 다른 의미 있는 곡들도 나와요. 비오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에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고, 화해한 두 사람은 다시 한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바흐 칸타타 BWV 106 중 소나티나를 연주해요. 9년 만의 포핸즈예요.
이 음악이 남긴 것
송강 보려고 시작했다가 음악 때문에 끝까지 봤어요. 피아니스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고, 지금은 올가을 뉴욕에서 어떤 피아니스트 공연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어요. 가게 되면 그 이야기도 써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