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의상과 미술: 뭐가 진짜고 뭐가 재해석일까

Close-up of a colorful traditional hanbok skirt

‘스캔들’ 보면서 화면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셨다면 착각이 아니에요. 의상이랑 세트, 심지어 손으로 그린 초상화까지 정말 공들인 흔적이 많은데, 그 배경을 알고 보면 훨씬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의상 디자인

의상과 비주얼 디렉팅은 모던 한복 브랜드 차이킴이 맡았고, 김영진 디자이너가 이끌었어요. 캐릭터마다 한복이 그냥 그 시대 옷이 아니라 그 인물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도록 짜여 있어요.

조씨부인은 직접 누에를 치고 비단을 만드는 인물이라, 의상도 화려함보다 개성과 예술적 감각 쪽으로 잡았대요. 전통 소재 다섯 가지를 썼고, 누에 치는 장면을 위해 매화를 수놓은 한복을 따로 제작하기도 했어요. 매화는 원래 선비를 상징하는 꽃인데, 여기서는 조씨부인의 대범함을 표현하는 쪽으로 다시 쓰였어요. 그리고 조씨부인의 욕망과 감정이 짙어질수록 옷의 녹색도 점점 깊어진대요. 그러니까 다시 보시면 의상 색깔이 사실 그 사람 속마음을 따라가고 있는 거예요.

조원은 18세기 후반 유행하던 넓은 갓에, 화려한 색의 세조대, 그리고 가볍게 흩날리는 운문 소재를 써서 자유분방하고 세련된 성격을 표현했어요. 신분과 부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커지면서 갓의 양태 자체가 점점 넓어지던 시기의 유행을 그대로 반영한 거라고 해요.

희연의 한복은 거의 모노톤에 가까워요. 삼베랑 무명 같은 담백한 소재로 청상과부의 절제된 느낌을 담았는데, 세 사람 중에 시각적으로 가장 조용한 옷이라 캐릭터랑 잘 맞아요.

세트

의외였던 디테일 하나. 한옥 내부가 보통 사극에서 보던 어두운 색감이 아니라, 밝고 새것 같은 나무색으로 되어 있어요. 이유를 찾아보니, 당대 부유한 양반가라면 그 시절 가장 고급스러운 새 나무로 집을 지었을 거라는 논리였어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어두운 전통 목재 색은 사실 세월이 흐르며 기름칠을 거듭한 결과지, 원래 그랬던 게 아니라는 거죠. 작은 선택인데 이거 하나로 그 세계가 박물관 느낌 대신 사람이 실제로 살았던 공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자명종이라는 서양식 시계 소품도 나오는데, 이 시기 조선에 서구 문물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예요. 이 드라마의 생활사를 자문한 이선희 교수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갔다고 설명했어요. 조선이 그냥 멈춰 있던 시대가 아니었다는 걸 소품 하나로도 보여주려 한 셈이에요.

손으로 그린 디테일

1화에 나오는 조씨부인 시어머니의 초상화는 실제로 윤여환 교수가 전통 기법으로 손수 그린 거예요. 2003년 영화 ‘스캔들’ 때 초상화도 그린 바로 그 작가라고 해요. 두 버전을 잇는 재밌는 연결고리죠. 재밌는 건 작업 방식인데, 배우가 실제 의상과 가채를 갖춘 모습을 먼저 촬영한 다음, 그걸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렸대요. 그냥 상상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배우의 실제 모습을 조선시대 화풍으로 옮긴 거죠. 머리카락은 가는 선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적선법으로, 얼굴은 미세한 선으로 피부의 굴곡을 표현하는 육리문법으로 그렸다고 하니, 정지 화면으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볼 만해요. 지우산 소품도 마지막 단계에 일부러 배치됐는데, 인물의 신분적 지향을 은근히 드러내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다른 사극과 비교하면

‘미스터 션샤인’이 서양과 한국 요소를 스토리 안에서 좀 더 노골적으로 섞는다면, ‘스캔들’은 서양적인 터치를 소품이나 배경 디테일 정도로 은근하게 넣는 편이에요. 그리고 정교하고 회화적인 미장센으로 유명한 ‘아가씨’에 비하면, ‘스캔들’은 좀 더 현대적이고 채도가 높은 쪽을 택했어요. 절제보다는 선명함이랄까요.

촬영은 대부분 서울 북촌에서 이뤄졌고, 그게 화면에서도 느껴져요. 프로덕션 스틸들이 이 동네의 고전적인 풍경 위에 전통 사극보다 확실히 더 현대적인 감각을 얹었어요. 정지우 감독이 처음부터 내세운 목표가 ‘새로운 사극의 비주얼을 보여주자’였다고 하니, 의상부터 세트, 초상화까지 이 모든 디테일이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해 있었던 셈이에요. 다음에 다시 보실 땐 배우들 연기뿐 아니라 이런 디테일에도 한번 눈을 돌려보시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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