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하면서 봤어요. 원래 브로맨스 드라마는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송강 배우가 전역하고 처음 찍은 작품이라 한번 봐볼까 했는데, 몇 화 지나니까 생각도 못 하게 빠져들었어요.
참고: 학교폭력, 알코올 중독 부모, 정서적 학대, 자살 관련 내용이 나와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난 두 젊은 피아니스트의 이야기예요. 이준영 배우는 가난한 집에서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자란,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타고난 천재 역할이고요. 송강 배우는 정반대로, 수년간의 완벽하고 지독한 연습으로 만들어진 피아니스트예요. 결국 이 드라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야기예요. 한 명은 상대 덕분에 피아니스트로서의 기회를 얻고, 다른 한 명은 자기에게 늘 부족했던 게 뭔지 조금씩 깨닫게 돼요.
이 드라마의 핵심은 우정이에요
제 의심이 깨진 게 바로 여기예요. 두 사람의 우정이 정말 깊어요. 속으로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데, 라이벌 관계 때문에 자꾸 멀어질 수밖에 없고, 아들의 우승에 집착하는 송강 엄마 때문에 상황은 더 꼬여요. 가까워지고 싶은데 거리를 둬야 하는 두 사람을 보는 게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든 이유였어요.
로맨스는 거의 없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송강을 좋아해온 여자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러브스토리를 기대하고 보시면 안 돼요. 무엇보다 우정 이야기예요.
송강 배우 연기가 확실히 깊어졌어요.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정석대로,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계산적으로 치는 사람인데, 그 방식으로는 천재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서서히 깨닫는 과정이 이 드라마에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음악을 정확하게 치는 게 아니라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하거든요. 그 변화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잘 살려냈고, 지금까지 본 송강 연기 중 최고 중 하나였어요.
음악이 정말 좋아요
피아노 장면은 그냥 배경 정도일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특히 포핸즈로 연주하는 메인 테마곡은 매 화 끝나고도 한참 귓가에 남았어요. 이 드라마는 기계적으로 치는 음악과 마음으로 치는 음악의 차이를 조용히 보여주는데, 그 차이가 실제로 들려요.
솔직히 보고 나서 피아노 공연에 가보고 싶어졌어요. 피아니스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거든요.
가족 이야기가 불을 지펴요
송강 할아버지 캐릭터가 정말 존재감이 커요. 친손자는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이준영을 대놓고 밀어주는데, 이게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에 기름을 부어요. 할아버지와 엄마까지, 가족 관계가 음악만큼이나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에요.
볼 만한가요?
송강 팬이라면 무조건 보세요. 왜 ‘넷플릭스의 아들’이라고 불리는지 다시 한번 느끼실 거예요.
그 외에는 취향에 따라 달라요. 10분마다 반전이 터지는 도파민 드라마는 아니에요. 잔잔하게 흘러가면서 우정, 가족(엄마와 아들, 할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피아노 선율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드라마예요. T보다는 F라서 작은 감정 변화들을 음미하는 걸 좋아하신다면 정말 좋아하실 거예요. 빠른 전개를 원하신다면 조금 느리게 느껴질 수 있어요.
딱히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는 것도, 저한테는 흔치 않은 일이에요.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후반부에 송강은 이준영에게 일어난 일 뒤에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아들을 콩쿠르에서 우승시키려고 사람을 시켜 이준영을 납치해서 콩쿠르가 끝날 때까지 붙잡아두려 했는데, 일이 크게 잘못되면서 모두가 그가 죽었다고 믿게 돼요. 이 사실이 모든 걸 뒤집어요. 경쟁 대신 친구에게 용서받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하게 되고, 그 변화를 통해 드디어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그려온 음악가이자 사람으로 성장해요.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결말 해석 글에서 마지막 화까지 자세히 정리해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