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배우 이야기: 손예진, 지창욱, 나나

Traditional hanok houses on a hillside under a clear sky

‘스캔들’ 보기 시작하셨다면 아실 거예요. 이 드라마는 배우들이 반은 살렸다는 거. 솔직히 초반 몇 화가 좀 느려서 저도 배우들 보는 맛에 버텼거든요. 세 주연 배우가 각각 어땠는지 제 느낌대로 정리해 봤어요.

손예진, 조씨부인

손예진 하면 보통 ‘사랑의 불시착’이나 ‘클래식’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역할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근데 이번엔 훨씬 성숙한 역할이에요. 사극은 무려 24년 만이래요. 게다가 바로 전 작품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였는데, 이걸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어요. 2008년 이후 두 번째 수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조씨부인은 그 시대가 감당 못 할 만큼 재능이 많은 여자예요. 손예진은 이 인물을 노골적인 장면보다는 절제와 꾹꾹 눌러 담은 감정으로 끌고 가는데, 이게 딱 맞아요. 거의 모든 장면에서 뭔가를 참고 있는 게 보이는데, 그게 바로 이 캐릭터의 핵심이거든요. 화가 나도 티를 못 내고, 슬퍼도 눈물 한 방울 참는 그런 장면들이 쌓이면서 캐릭터에 훨씬 더 몰입하게 됐어요.

지창욱, 조원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 역인데, 지창욱이 진짜 완벽하게 소화했어요. 근데 제가 더 빠져든 건 그 바람둥이 모습 뒤에 숨은 슬픔이랑 조씨부인을 향한 집착이었어요. 이 두 겹을 너무 잘 표현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어릴 때 편지를 주고받던 사촌 사이였다가 연락이 끊기는데, 그래서인지 조씨부인을 바라보는 눈빛 하나하나에 쌓인 세월이 느껴져요. 이 배우는 볼수록 연기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주변 여자들한테는 능글맞게 웃다가, 조씨부인 앞에서만 그 웃음이 흔들리는 게 보여서 그 차이가 더 와닿았어요.

나나, 희연

희연은 혼례도 올리기 전에 남편을 잃고 정절을 지키며 살아온 청상과부예요. 대사가 많지 않은데도 나나가 그 안에서 정말 많은 걸 보여줘요. 드라마에서 가장 과감한 장면들도 망설임 없이 해냈는데, 솔직히 이 역할을 나나 말고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마스크걸’로만 나나를 아셨다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실 거예요. 말수는 적은데 표정 하나로 그동안 억눌러온 감정이 한꺼번에 읽혀서, 대사보다 그 장면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요.

결론은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세 배우 모두 전에 못 봤던 얼굴을 보여줬다는 거예요. 전개가 좀 늘어질 때도 그것만으로 신선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세 배우 다 이 작품을 계기로 필모그래피가 한 단계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아직 볼까 말까 고민 중이시라면 제 스포 없는 후기도 참고해 보세요: 넷플릭스 ‘스캔들’, 볼까 말까?

의상과 분장 이야기

세 사람 다 한복을 소화하는 방식이 흥미로웠어요. 조씨부인은 색이 절제된 한복을 입는 장면이 많아서 캐릭터의 억눌린 감정이 옷차림에서도 느껴졌고, 조원은 화려한 색감으로 그 바람둥이 이미지를 시각적으로도 보여줬어요. 희연은 상복에 가까운 옷을 오래 입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색이 들어가는데, 그 변화가 캐릭터의 감정선이랑 딱 맞아떨어져서 재밌게 봤어요. 솔직히 처음 캐스팅 소식 들었을 때는 세 배우의 기존 이미지랑 이 작품이 잘 어울릴지 반신반의했어요. 근데 다 보고 나니 오히려 그 반전 매력 때문에 캐스팅이 더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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