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원작 이야기: 1782년 프랑스 소설이 넷플릭스 드라마가 되기까지

Traditional pavilion at a Korean folk village in autumn, with a person in hanbok on the path

‘스캔들’이 처음부터 K드라마였던 건 아니에요. 이 이야기는 200년이 넘었고, 그동안 여러 번 다시 만들어졌어요. 18세기 프랑스에서 조선까지 어떻게 왔는지 정리해 봤어요.

원작 소설

시작은 1782년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예요. 두 귀족이 유혹을 잔인한 게임처럼 즐기는 이야기죠. 할리우드에서도 여러 번 만들었는데, 제일 유명한 건 영화 ‘위험한 관계'(1988)랑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9)이에요. 후자는 배경을 뉴욕 부잣집 10대들 얘기로 바꿨어요. 시대와 나라는 계속 바뀌는데, 유혹을 게임처럼 즐기다가 진짜 사랑에 걸려버리는 그 구조는 늘 그대로예요.

2003년 영화

한국 첫 버전은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예요. 배용준, 이미숙, 전도연이 주연이었고, 청소년 관람불가였는데도 크게 흥행했어요. 여백을 살린 한 폭의 그림 같은 영상미로도 오래 회자되는 작품이고요.

2026년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판은 9월 18일에 공개됐고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주연이에요. 연출은 정지우 감독인데, 넷플릭스 ‘썸바디’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래요.

영화랑 뭐가 다를까?

미리 말씀드리면, 영화는 본 지 너무 오래돼서 장면 하나하나까지는 기억이 안 나요. 그래도 확실히 눈에 띄는 차이가 몇 가지 있었고, 평론가들도 비슷한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속도가 느려요. 8부작이다 보니 여유는 생겼는데, 중간중간 늘어져요. 해외 리뷰 중에도 케미랑 영상미는 칭찬하면서 느린 전개를 단점으로 꼽은 곳이 있었는데, 제 생각이랑 똑같았어요. 두 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했던 이야기를 여덟 편으로 늘리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기도 해요.

감정의 여운이 덜해요. 특히 희연이요. 한 국내 리뷰에서 희연이 조원에게 마음을 주는 과정이 너무 급하게 지나간다고 했는데, 저도 공감해요. 영화만큼 가슴 아프게 와닿진 않더라고요.

분위기가 완전 달라요. 영화는 여백을 살려서 풍속화 같은 느낌이었다면, 시리즈는 훨씬 선명한 색을 썼어요. 둘 다 예쁜데 방향이 달라요.

조씨부인이 더 현대적이에요. 정지우 감독은 이번 작품을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인물들 중심으로 새롭게 풀었다고 했어요. 이게 제일 잘 보이는 게 조씨부인이에요. 자기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고 가끔은 스스로도 헷갈려 하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사람 같았어요.

왜 이 이야기는 계속 다시 만들어질까?

사랑을 게임처럼 가지고 놀다가 어느 순간 게임이 아니게 되는 이야기. 이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갖다 놔도 통하니까요. 그리고 조선은 어쩌면 이 이야기에 제일 잘 어울리는 배경일지도 몰라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조선의 가부장적인 사회가 이 이야기에 완벽한 배경이 됐다고 평가했는데, 다 보고 나니 저도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었던 시대이기 때문에, 억누르다가 결국 터지는 순간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혹시 원작 영화를 안 보셨다면, 시리즈를 먼저 보고 나중에 찾아보는 것도 추천해요. 세 버전을 다 챙겨보는 게 부담스럽다면, 이 글에서 정리한 차이점만 알고 시리즈를 보셔도 훨씬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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